조선통신사들의 일본인과 필담한 구지현박사의 글을 읽고 있다. 문헌 서지의 연구가 많으나 필담 내용을 본격적으로 비교한 글은 적다. 일본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한 사람도 없지 않으나 일본을 멸시하는 태도가 일관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도 한국인들은 통신사를 좋아하여 행사를 화려하게 하고 있다. 이 책에서 한일문화의 비교의 문제점 등 많은 것을 알게 된다. 하나의 예를 든다. 1970년대 나의 아내가 처음 한국에 와서 나의 친구들이 집에 오면 아내가 술잔을 권하는 것을 보고 한국 남자들이 오해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필담이 있다.
조선의 관습에 비추어 볼 때 자기 아내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려는 일본인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우스꽝스럽고 음란한 이국의 풍경이다. 조선에서 볼 수 없는 신기한 모습이다.
일본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야만시하는 태도가 일관되고 있다. 『일동장유가』에서는 <오랑캐 여인이 자신의 음부를 가리키며 “한 번 하고 가오”라고 하였다>. 이런 것은 일본문화를 오해하게 만든 것이다. 지금도 한국인들은 위안부 문제를 들고 일본을 멸시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전근대적인 조선 사람을 비하하는 의식구조가 있다. 서로 멸시하는 태도가 한일간의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