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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崔吉城との対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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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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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집에서 칩거 생활을 한다. 밖에 나가서 운동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아마 많은 분들도 그럴 것이다. 산책 같은 건 애견 미미가 살아있을 때는 끌려가는 듯  따라다닌 적도 있었다.
 남자다운 취미는 전혀 없고 여성적인 것이 많다. 취미는 거의 여성적이며 한국에서는 임신 외에는 여자가 하는 일,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취미로 열대어, 새를 키운 적도 있지만 지금은 안 해.  가끔 참새를 관찰한다.꽃꽂이와 실내장식의 취미는 변하지 않는다. 꽃꽂이라고 해서 무슨 자격을 갖춘 것도 아니다. 칭찬을 들으면 그전 예의상 말로 받아들인다.

 방에는 화분이 가득하다. 겨울에는 열대 밀림이 된다. 옆집 사람이 이사할 때 두고 간 클라린도우란은 다른 데서는 본 적이 없다. 몇 년 동안 옆집 현관 앞에 놓여 있어 꽃이 안 필 줄 알았는데 내 집안에서는 갑자기 화려한 꽃이 오래 간다. 그것도 두 달 동안이나 화려한 꽃을 감상하게 해 주었다. 그 밖에 난류, 부겐빌리아, 히비스커스, 행복나무, 선물로 받은 꽃다발에서 뿌리 내린 것들로 창가는 가득 찼다.
 개중에는 화분에 심은 적이 없는 잡초가 핀다. 이런 이름 모를 잡초 같은 꽃에 눈이 끌린다. 꽃꽂이 전시회 등에서는 볼 수 없는 잡초의 꽃, 이름은 모르지만 그 꽃에도 눈길이 간다. 한 독자가 골란케라는 꽃 이름을 알려주었다. 잡초는 수도 많고 번식력도 강해 고교야구 아키타 현 팀이 <잡초>라는 말로 아필했던 기억이 난다. 
 방 구조 개편도 항상 하고 있다. 침실 가구들을 다시 한 번 정돈하고 나니 마치 호텔 같은 기분이다. 기분 전환도 된다. 나이를 먹으면서 빈도는 줄어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취미처럼 남아 있다. 내가 가구를 옮길 때마다 아내는 청소기와 걸레를 가지고 바쁘다. 훌륭한 조수가 있다. 아내는 잘 도와줄 뿐만 아니라 감탄을 하기도 하고 칭찬을 하기도 한다. 꽃을 키우는 것 같아도 내가 집사람 밑에서 자라고 있다. 대학의 강의나 국제회의 등을 원격으로 행하고 있다. 전혀 사적인 공간이 국제적으로 열린다. 가장 사적인 공간이 일터, 가내 기업의 장소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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