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는 과거역사
최길성
한일관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원격 강의가 끝나자마자 시 공무원이 찾아와 SNS 등에 내가 한일관계 단절, 국교 단절이라는 의견을 쓴 것을 읽고 그가 물어 온 것이다. 그건 반세기 나의 한일관계에 대한 자사(自史) 같은 것이다.
내가 이승만시대 당시 어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일본이라는 존재를 거의 알지 못했다. 다만 '반공·반일'의 표어가 교실에 걸려 있어서 일본을 '왜'라고 불러도, 일본인을 일본놈이라는 멸칭으로 불러도 일본을 미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으로부터는 <일본인은 정직하고 근면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박정희 시대가 되자 <반일>이라는 구호가 사라졌다.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에는 많은 국민이 반대했어도 국교를 맺었다. 일본인이 왕래했고 나도 일본 유학을 했다. 귀국하여 일본어 대학교수가 되었다.
전두환 시대에는 민족 정신이 대두하면서 독립 기념관이 들어서고 일본 정치가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라는 <반일>이라는 정치적 카드가 출현하며 <역사 인식>이라는 유행어 등 한국 내 반일적 독립 정신이 일본 때리기로 전환했다. 인권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갖고 일본 내의 위안부 문제를 한국판으로 챙겨 어려운 시대가 계속되고 말았다. 나는 『친일과 반일』『 위안부의 진실 』이란 책도 펴냈다.
며칠전 문재인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핸드폰에 긴급 뉴스로 떴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라지만 일본의 딱딱한, 제한적인 형식적 회견과는 달리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이런저런 대화의 말로 긴 방담이었다.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었다. 저녁 9시에 KBS 뉴스를 보았다. 한일 간에 협의해 나간다는 <협의>란 내용이 짧게 소개됐을 뿐이다. 한일관계에 대해서 주목할 만한 뉴스는 아니었다.
일본 NHK는 사실대로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의 민방 미디어들은 난리다. 문왈 <한일 합의는 양국 정부가 인정한 공식 합의였다>. <과거는 역사>이고 한일간에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명언이 쏟아졌다. 명언이란 인격과 업적이 바탕이어야 한다.
하지만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의 영향이라든지, 선거용이라든지, 선거 여론 등을 의식한 것인지…라고 한다. 정세 변화에 데한 깊은 이해로부터 생각이 바뀌는 것이라면 용기 있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비위 맞춤이면 그것은 단순한 변절일 것이다.
2015년도 한일 양국 간에 위안부 합의를 토대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환영한다.
한일 양국은 이웃 사랑을 너무 과잉하여 많은 불화를 낳았다. 단교하는 마음으로 냉각시켜 다시 시작하는 한일관계가 되었으면 한다.